본사 회의실에 들어서자 김OO 차장(46세, 가명)이 미리 와 계셨다. 노트 한 권과 만년필. 16년치 인솔 기록이 적힌 노트는 두 권째라고 했다.
"많은 손님이 계셨을 텐데요"라고 시작하자, 그가 잠시 창밖을 봤다. "솔직히 다 기억은 못 해요. 그런데 어떤 분은… 십 년이 지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떠올라요. 그런 분이 세 분 계세요."
녹취는 본인 동의 하에 진행했고, 개인 식별 정보는 모두 변경했다. 차장이 들려준 세 분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다.
첫 번째 — 북유럽 9박, 혼자 오신 28살 청년
"지금도 그 청년 이름이 기억나요. 박OO 씨. 2019년 가을 북유럽 4개국 일정이었습니다. 17명 일행 중 혼자 오신 분이 그 청년 한 분뿐이었어요. 첫째 날 헬싱키 호텔 체크인하면서 인사 나누는데, 본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왔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차장이 그 청년 얘기를 처음 듣고 좀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17명 단체 일정에서 혼자 오신 분은 종종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데 박 씨는 달랐다. 둘째 날 베르겐 피요르드 유람선에서, 옆에 앉으신 70대 부부와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란다. 노트북도 휴대전화도 안 꺼내고 그냥 풍경만 봤다고.
"트롬쇠에서 오로라를 봤거든요. 4일차 새벽 1시 반. 영하 22도였어요. 17명이 다 차에서 내려서 들판에 서 있는데 박 씨가 저한테 와서 그러더라고요. '저 이제 회사 다시 가도 될 것 같아요'라고. 그 말이 십 년이 지나도 잊히질 않아요."
차장은 그 청년이 한국에 돌아와서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다고 들었다. 카드뉴스 제작 회사. "지금쯤 잘 지내고 계실 거예요. 가끔 그때 보내주신 카드 한 장이 책상 서랍에 있어요."
두 번째 — 이집트 8박, 70대 노부부
두 번째 손님은 김 차장이 인솔자로 일하면서 가장 마음 졸였던 분들이라고 했다.
"2022년 4월 이집트 전세기였어요. 김OO 사장님(78세)과 사모님(74세).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으셔서 휠체어 옵션이셨거든요. 솔직히 처음에 8박 일정 가능하실까 걱정이 컸어요."
차장은 첫날 카이로 박물관 일정을 통째로 줄였다. 보통 4시간 도보 관람을 2시간으로 잘랐다. 그런데 사장님이 그걸 알아차리시고 차장에게 다가오셨다.
"'김 차장, 우리 때문에 일정 줄이지 마세요. 우리가 천천히 가면 돼요'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 말씀 들으니까 제가 오히려 죄송했어요. 나이를 핑계로 미리 결정해버린 게 미안했어요."
그 다음부터 차장은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되, 휠체어를 미리 챙기고 이동 동선을 미세하게 조정했다. 사모님은 룩소르 신전과 아부심벨 대신전을 다 보셨다. 사장님이 사모님 손을 잡고 천천히, 정말 천천히 걸으셨다고 한다.
"마지막 날 카이로 공항에서 사장님이 저에게 그러셨어요. '아내가 평생 이집트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못 갈 줄 알았어요. 김 차장 덕에 다녀왔습니다.' 그 한 마디 들으려고 16년 인솔자 했나 봐요."
차장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 후로 두 분 안부 못 들었는데, 지금도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세 번째 — 보라카이 4박, 할머니와 손녀
세 번째 손님은 가장 최근 사례. 2025년 12월 보라카이 가족 패키지였다.
"68세 할머니와 11살 손녀, 둘이 오신 거였어요. 신청서에 부모님 한 줄도 없으니까 본사에서 확인 전화를 드렸대요. 손녀딸 어머니가 그러셨다고 해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못 가요. 친정 어머니랑 딸이랑 둘이 가게 해주세요'라고."
차장은 출발 전부터 신경을 썼다. 다른 일행분들이 보호자 없는 아이라고 혹시 불편해하실까 봐. 그래서 첫날 인사하실 때 미리 설명을 드렸다. "할머니와 손녀 두 분이 오셨습니다. 우리가 가족처럼 도와드리면 좋겠습니다." 일행 17명 모두 흔쾌히 받아주셨다.
그런데 차장이 정말 감동한 건 그다음이었다.
"손녀가 할머니께 매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호텔 침대에서 책을 읽어드리더라고요. 그 광경을 우연히 봤는데, 정말 영화 같았어요. 11살 손녀가 할머니 침대맡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고, 할머니는 손녀 손을 잡고 듣고 계시고."
차장은 그 모습이 진짜 여행의 의미라고 했다. "관광지를 얼마나 봤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누구와 무엇을 했느냐. 그 손녀는 평생 그 호텔 침대를 기억할 거예요."
마치며 — 인솔자가 본 여행
인터뷰 마무리에 차장에게 물었다. 16년 동안 약 3,400명을 인솔하면서 무엇이 가장 변했나요.
"손님들이 변했어요. 옛날엔 사진을 정말 많이 찍으셨거든요. 요즘은 휴대전화 카메라가 좋으니까 사진보다는 영상이나 그냥 눈으로 보시는 분이 많아요.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진은 1년 뒤에 다시 안 보거든요. 눈으로 본 풍경은 30년 후에도 떠올라요."
차장은 6월 말에 다시 출발이라고 했다. 이번엔 북유럽 11박. 17명 단체에 또 어떤 분들이 오실지, 매번 기다린다고 했다. "이번에도 16년 인솔자 인생에서 또 한 분 만나뵙겠죠. 그게 이 일의 진짜 보람이에요."
한진관광 패키지 예약 문의는 본사 1855-2535 또는 gs2525 실시간 예약 시스템. 인솔자 동행 일정은 모든 패키지 상품에 기본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사 콘텐츠팀 OO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