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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다음 여행은 어디 갈까 — 이번엔 제가 골라보고 싶어요
여행 정보 7분 읽기2026-06-10

엄마, 우리 다음 여행은 어디 갈까 — 이번엔 제가 골라보고 싶어요

서른네 살이 된 딸이 일흔이 된 엄마에게 쓰는 편지. 평생 우리 가족 여행을 엄마가 다 짜셨는데, 이제는 제가 골라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적어 봤어요.

엄마.

이렇게 글 쓰는 게 좀 어색해요. 평소엔 카톡 한 줄도 잘 안 보내잖아요. 그런데 어제 서랍 정리하다가 우리 1998년 제주도 사진 봤거든요. 엄마가 일곱 살이던 저랑 다섯 살 동생 데리고 가셨던. 그 사진 보고 갑자기 이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엄마가 서른 살 갓 넘으셨었네요. 두 아이 끌고 비행기에 처음 타셨던 거예요. 지금 제가 그 나이를 한참 지났는데, 두 아이를 끌고 비행기 타라면 솔직히 자신 없거든요. 엄마는 어떻게 하셨어요?

해질녘 해변을 걷는 모녀

우리 가족 여행은 다 엄마가 짜셨어요

1998년 제주, 2003년 후쿠오카, 2007년 보라카이, 2011년 대만, 2015년 발리, 2019년 다낭. 6번. 매번 엄마가 다 정하셨어요.

저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가족여행은 엄마가 짜는 거.

그런데 2024년에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고, 작년에 마침내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이제 너희가 알아서 데려가." 그게 작년 12월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우리 셋이 부엌 식탁에 앉아서 김장 김치 먹고 있을 때.

그 말씀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한편으로는 슬프고,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또 한편으로는 좀 무서웠어요. 이제 정말 내가 골라야 하는구나.

그래서 6개월간 찾아봤어요

지난 1월부터 인터넷을 진짜 많이 뒤졌어요. 한진관광 사이트도 들어가 봤고요. 회사 동료들한테도 물어보고, 시니어 분들 후기도 찾아 읽었어요.

그러다가 알게 된 게, 70대 엄마와 30대 딸이 같이 가기에 좋은 여행지 조건이 따로 있다는 거예요.

  • 비행시간이 너무 길지 않을 것 (8시간 이하)
  • 도보로 이동하는 일정이 너무 많지 않을 것
  • 한식당이 가까이 있을 것
  • 호텔이 시내 한복판이거나 바다 앞이거나
  • 엄마가 사진 찍어 친구분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풍경

마지막 조건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엄마가 동네 미용실에서 친구분들이랑 자랑할 사진 한 장. 그게 효도여행의 핵심이라고 회사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어쩐지 맞는 말 같아요.

제가 추린 세 곳

너무 많이 찾으면 결정 못 하니까, 세 곳으로 추렸어요. 엄마가 골라주세요.

하나, 큐슈 4박 5일. 후쿠오카·유후인·벳푸·구마모토 온천 코스예요. 우리 1998년 제주 갔을 때 엄마가 노천탕 처음 가셨다고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서요. 한진관광 큐슈 패키지가 1인 159만 원인데, 료칸에서 가이세키 정찬도 두 번 먹어요. 엄마 무릎 안 좋으신 거 알고, 료칸은 평상 침대도 가능한 곳으로 골랐어요.

둘, 북유럽 9박 11일. 노르웨이 피요르드랑 트롬쇠 오로라요. 엄마가 작년에 "죽기 전에 오로라 한 번 보고 싶다"고 그러셨잖아요. 1인 499만 원. 비싸긴 한데, 엄마가 30년 동안 우리 가족여행 짜주신 거 생각하면 이번엔 정말 한 번 사드리고 싶어요. 한진관광 인솔자가 11일 내내 같이 다녀줘요. 짐도 들어주고, 길도 다 알려주고.

식탁 위의 손편지와 커피

셋, 코타키나발루 4박 5일 휴양. 수트라 하버 리조트라는 곳이에요. 1인 109만 원. 종일 바다 앞에서 그냥 쉴 수 있어요. 엄마가 작년에 "이제 막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쉬는 여행이 좋더라"고 하셨던 거 기억나서요. 여기는 인솔자도 있고, 한국어 콘시어지도 운영해요.

제가 살짝 미는 건 북유럽이에요

엄마,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두 번째가 좋아요.

비행기는 길지만, 인솔자 있으니까 엄마 무릎 케어는 충분히 가능해요. 그리고 오로라요. 엄마가 보시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사진 찍어서 동네 미용실에서 자랑하실 거 생각하면 제가 다 들뜨네요.

비용은 걱정 마세요. 작년에 회사에서 성과급 받은 거랑, 다음 달 보너스 합치면 충분해요. 엄마가 30년간 우리 짠 여행 합쳐도 이거 한 번 가는 비용보다 적게 쓰셨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엔 제가요.

출발은 12월 말 어떠세요. 트롬쇠 오로라 시즌이에요. 가능하시면 카톡 주세요. 한진관광 gs2525에서 12월 출발일이 풀려 있는지 봤는데, 두 자리 정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혹시 너무 멀어서 부담스러우시면 큐슈도 좋아요. 거기는 비행기 2시간이에요. 12월 료칸은 또 분위기 다르고요.

엄마가 정하시면 돼요. 어디든 제가 따라갈게요.

그동안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사랑해요.

— 엄마의 큰딸 O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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